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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병원 이달의 칼럼
응급의료 '시간이 곧 생명'
등록일
2006-03-07
조회
10388
가까운 병원이 당신을 살린다

환자에 대한 초기 응급 치료는 특정 질환에선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그렇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시간이 곧 생명’이라는 응급치료의 원칙을 무시한 막연한 서울행, 대형병원 선호, 부정확한 판단이 생명을 위협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최근 서울아산병원 응급의료센터가 발간한 환자 5173명에 대한 설문조사는 한국응급의료시스템에 대해 ‘후진국’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조선일보 의학전문기자]

죽어도 서울로? 고속도로서 시간 허비 치료받을 시기 놓쳐

강원도 춘천에 사는 김모(여·76)씨는 아침에 갑자기 왼쪽 팔다리가 마비되고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가족들이 급히 인근 대학병원에 데리고 가 진찰해 보니 뇌경색이었다. 그런데 진단이 나온 후부터 가족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서울로 가겠다”는 것이었다.

환자 가족들은 의료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김씨를 서울로 옮겼다. 3시간 동안 곡예운전까지 했다. 그러나 병원 도착 후 뇌수술을 받았지만 김씨는 사망하고 말았다. 의료진은 “3시간 이내에 치료받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 3시간을 이들은 길에서 허비하고 말았다.

서울 선호증은 돈과 시간까지 날릴 수 있게 한다. 전북 주민 양모(33)씨는 속이 더부룩해 인근의 대형병원에서 초음파 검사를 받았다. 의료진은 ‘담석증’이라는 진단을 내리면서 “1주일 후 수술을 받으라”고 권유했다.

그런데 기다리던 중 마음이 변했다. ‘그래도 서울로 가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결국 그는 서울로 올라왔지만 외래에서 ‘며칠 있다 오라’고 하자 비싼 돈을 들여 응급센터로 입원했다. 전문가들은 “설사 암 환자라도 당장 증상이 심각하지 않으면 응급센터에서 치료받을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지나면 낫겠지? 초기증상 쉽게 보다 평생 장애 얻을수도

서울 강동구 송모(62)씨는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에 가려다 오른쪽 다리에 저린 느낌이 들고 힘이 빠지는 증상을 느꼈다. 운동·감각 신경 마비가 오기 시작한 뇌졸중 초기 증상이었다.

하지만 송씨는 근육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았다. 그래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자 퇴근 무렵이 돼서야 대형병원 응급센터를 찾았다. MRI 결과 송씨는 전형적인 뇌졸중이었다. 이미 운동 신경 손상이 중증 단계로 진행됐고 증상 발생 뒤 12시간이나 지나 혈전으로 막힌 뇌혈관을 녹이는 약물을 쓸 수도 없었다. 송씨는 재활치료를 받았지만 오른쪽 다리 움직임이 여전히 불편하다.

반면 송파구 문모(43)씨는 조깅을 하다가 왼쪽 팔·다리 마비 증세를 느꼈다. 뇌졸중 증세로 판단한 문씨는 즉시 휴대전화로 119를 불렀고 15분 만에 응급센터에 도착했다. 벌써 팔다리를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증세가 악화됐다.

MRI 촬영 결과 문씨는 뇌혈관이 혈전으로 막힌 뇌졸중으로 판명됐다. 병원 도착 2시간 만에 혈전을 용해하는 주사를 투여받았다. 그는 입원 6일 만에 정상으로 회복돼 재활치료도 없이 걸어서 퇴원했다.

[조선일보 2006-03-07 03:39]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 docto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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