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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병원 이달의 칼럼
샴쌍둥이란?
등록일
2003-07-14
조회
9158
지난달 국내의 샴쌍둥이 민사랑ㆍ지혜 자매가 분리수술을 위해 해외로 떠난 데 이어 이란의 샴쌍둥이 자매는 수술 후 사망, 이란을 슬픔에 잠기게 했다. 이란의 샴쌍둥이 라단과 랄레 비자니 자매는 29세 성인으로선 첫 분리수술이었고, ‘제대로 된 삶이냐, 죽음이냐’는 실존적 선택이었다는 점에서 세계인의 관심을 끌었다.

샴쌍둥이는 한마디로 ‘불완전한 일란성 쌍둥이’다. 일란성 쌍둥이는 정자와 난자가 만난 지 13~15일이 지난 수정란에서 개체로 성장할 부분인 내세포괴(inner cell mass)가 2개로 나뉘어 각각 성장함으로써 탄생한다.
그런데 샴쌍둥이는 내세포괴의 분리가 진행되다가 멈춰 신체의 일부가 결합된 채 태어나는 것. 분리가 중단되는 원인은 정확하지 않고 붙은 부위도 머리, 가슴, 골반, 척추 등 다양하다. 각자의 뇌와 의식을 가진 두 사람이 일부의 장기를 공유하는 셈이다.

샴쌍둥이는 신생아 2만5,000~8만명당 1명꼴로 나타나지만 60%는 사산, 35%는 출생 24시간내 사망하기 때문에 생존한 출생빈도는 20만명당 1명꼴이다.

샴쌍둥이에 대한 분리수술은 의학적으로 성공률이 낮은 수술이다. 중요한 장기나 혈관을 공유하고 있어 둘 다 살도록 분리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1987년까지 세계 통계를 보면 가슴이 붙은 쌍둥이의 분리수술에서 둘 다 생존한 경우(29.2%)보다 둘 다 사망한 경우(35.4%)가 더 많고 나머지 35.4%는 한쪽만 살아남았다.

국내에선 지금까지 7쌍의 샴쌍둥이 분리수술이 실시됐다. 이중 1990년 한양대 소아외과 정풍만 교수가 처음으로 가슴이 붙은 샴쌍둥이 형제의 분리에 성공했고 94년에도 골반이 붙은 자매 쌍둥이의 분리수술에 성공했다. 그러나 수술 후 일단 생존했더라도 심각한 후유증으로 정상 생활이 어렵거나 시간이 지나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94년 수술에 성공한 쌍둥이 중 유정이는 지난한 재활치료 끝에 건강한 초등학생으로 자라고 있지만 유리는 병실에서만 6년을 지내다 결국 사망했다.

샴쌍둥이 분리수술은 윤리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번에 숨진 이란 쌍둥이 자매의 양부는 쌍둥이가 갓난아기였을 때와 14세 때 분리수술을 검토했다가 위험부담이 커 포기했다. 자신이 의사인 양부는 수술을 강행한 싱가포르 의사들에 대해 원망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이 위험한 선택은 각각 언론인과 법조인을 꿈꾸는 29세 쌍둥이들이 스스로 내린 결정이었다.

2000년 영국에선 한쪽이 사망할 게 뻔한 샴쌍둥이 분리수술이 법정에까지 올랐다. 가톨릭 신자인 부모는 분리수술을 거부했지만 의사들은 “수술을 하지 않으면 둘 다 죽게 된다”고 부모를 몰아세웠고, 결국 법원이 의료진의 손을 들어주었다. 수술 직후 심장과 폐 기능을 다른 자매인 조디에게 의존해 지내온 메리는 사망했다.

29년간 머리가 붙은 채 살아온 샴쌍둥이 자매를 분리하는 이번 수술에는 28명의 의사와 100명의 보조인력 등 국제적 수술팀이 동원됐으며 싱가포르의 저명한 신경외과 전문의 케이스 고 박사가 집도했다.

지난 2001년 97시간의 수술끝에 네팔의 샴쌍둥이 아기 분리수술에 성공했던 고박사는 수술 전 쌍둥이 자매 중 한 명이나 두 명 모두 숨질 수 있고 뇌사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었다.
샴쌍둥이 분리수술은 지난 1952년 처음 실시돼 여러차례 있었으나 모두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했던 것으로 성인이 된 샴쌍둥이 분리수술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비자니 자매는 이란 남부 피루자바드에서 가난한 집안의 11남매중 쌍둥이로 태어났으나 의사들의 도움으로 테헤란에서 성장해 테헤란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으며 수술후에는 랄라는 언론학을 공부하고 라단은 변호사로 일하고 싶어했다.
자매는 지난 96년에도 독일 의료진에게 분리수술을 요청했으나 공유혈관을 분리하는 수술은 너무 위험하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가 2001년에 케이스 고박사에게 다시 한번 수술을 요청해 수락받았다.
자매 중 상대적으로 좀더 건강하고 당찬 것으로 알려진 라단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수술에 대해 전혀 두려움이 없다"며 강한 집념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에 수술한 이란의 샴 쌍둥이 자매의 사망원인은 분리수술 중 예상치 못했던 커다란혈액포켓의 출혈 때문이었다.
분리수술에 참여했던 프랑스 의사 피에르 라스조니아스 박사는 9일 두개골과 뇌수막 사이에서 혈액 포켓이 발견됐으며 수술팀이 이를 열자 출혈이 발생했으며, 아직도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출혈을 멎게 하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라스조니아스 박사는 큰 혈액 주머니인 이 혈액포켓은 수술 전의 3차원 영상촬영에서도 탐지되지 않았으며 결합된 뇌의 분리작업 도중 느닷없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이 혈액포켓이 무엇 때문에 형성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어떤 질병때문에 생긴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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